요즘 들어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블로그 포스팅이 무슨 비평문 쓰기도 아니고, 부담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기는 하지만 (방문자도 거의 없다?), 그래도 글이라는 것이 한번 싸지르면 주워 담기가 녹록치 않은 것이 그로발인터넷 시대의 현실인지라 일주일에 한번 포스팅 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거야 뭐 어쨌든, 그런 어려움(?)을 딛고 2010년의 3월, 새학기의 첫 글을 쓰게 된 것은 가만히 두고 보기 어려운 일들이 중앙대학교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블로그의 <갑을고시원체류기> 메뉴는 살면서 끄적이는 쓸데 없는 이야기나 에세이들을 위주로 채우려고 했으나, 지난 몇개월 동안은 온통 학교 돌아가는 꼴을 만인에 소개하는 메뉴로 전락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비록 4학년이지만 대학 생활이 삶의 전부라 해도 좋은 대학생인 것이 내 처지이니까.

아무튼 썰이 길었고, 오랜만의 포스팅은 중앙대학교 신문 <중대신문>의 새 학기 첫호 1면을 관람하고 쓰는 감상문 되시겠다. 먼저 이번 호 중대신문 (2010년 3월 2일자, 제 1704호) 1면 사진부터 공개하겠다.


중대신문 2010년 3월 2일자, 제 1704호 1면 머리기사



자, 2010년 1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중대신문의 1면 머리기사는 중앙대학교 총장 박범훈님의 '개강특집' 인터뷰 되시겠다. 박범훈 총장 개강특집 인터뷰 "통폐합 학과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 (기사원문 읽기) 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최근 중앙대학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학과 통폐합 및 구조조정 이슈에 대한 총장과의 질의 응답 내용과 함께 베를리너 판형인 지면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박범훈 총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그 외에 검단 캠퍼스 관련 소식 1단과, 아래로 역시 구조조정 합의안에 대한 기사가 이어져 있다. (참고 : 중앙대학교 구조조정과 학내 민주주의에 관한 기사, 프레시안)

그런데 이게 뭐가 문제냐, 가 이제 문제가 되겠다. 중대신문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대학교의 대표 신문이다. "1947년 창간, 대학신문의 효시"라는 소개가 그 위엄을 보증한다. 나 역시 몇몇 대학들을 다니면서 각 학교의 신문들을 한번씩 들춰보았지만, 중대신문처럼 읽을거리가 많고 편집이 깔끔한 신문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꽤 괜찮은 대학신문이라고 생각한다. (주관적으로다가) 기억으로는 신문의 논조나 기사의 수준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해 꽤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젊은 대학생들의 비판적 여론을 대변할 수 있는 진보적인 면모도 보여왔었다. 특히 대학 1,2학년 때 접했던 중대신문의 사회 관련 기사나 사설의 경우 상당히 날카로웠던 것으로 기억 된다. 대학신문에서 쉽게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노동 관련 이슈에 대한 발언도 당시에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의 중대신문 역시, 그때 당시 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사회 각 현안에 대한 비판적인 모습을 간간이 보여주고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학내 현안을 다루는 중대신문의 태도에 있다. 중대신문은 학교 언론매체부에 소속되어 있고, 발행인은 총장이다. 따라서 기사 선정, 편집에 있어서 학교 본부나 총장의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신문사의 기자나 편집장만이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우리는 완벽히 자유로운 편집권을 보장받고 있다" 고 주장한다면 누구도 쉽게 반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다만 최근 중앙대학교에서 벌어진 일련의 학내 언론 관련 이슈들을 돌이켜 볼 때, 어느 정도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총장과 재단에 대한 비판을 담은 교지 <중앙문화>를 배포 당일 회수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고, 급기야 올해 교지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중앙대학교 언론매체부장은 "발행인이 총장인 교지가 학교나 총장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의 모순"을 예산 삭감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물론 정확하게 저렇게 발언 한 것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대학교 언론탄압비대위 카페 회의록을 참고하시길 바람. http://cafe.daum.net/caupress) 따라서, 더이상 학교는 교비로 교지 예산을 지원해줄 수 없으며, 앞으로 학생들의 자율납부를 통해 교지를 발행하라고 일방 통보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언론매체부장의 말들에서 드러난 학교 본부의 학내 언론에 대한 입장이다. 교지인 <중앙문화>와 <녹지>를 포함해, <중대신문>, <중앙 헤럴드> 등은 모두 학교의 교비 지원을 받고 있으며, 따라서 발행인은 박범훈 총장이 되겠다. 발행인이 총장인 언론사가 발행인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그들은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언뜻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그 말은 학내 언론사가 중앙대학교 '홍보지'일 경우에만 성립될 수 있다. 총장이나 학교 본부가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학교 홍보를 위한 인쇄물을 말들어라'고 했을 경우 말이다. 하지만 중앙대학교에는 '여기는 중앙'이라는 대표적인 중앙대학교 홍보지가 있다. (홍보지임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구성을 자랑한다.. 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중대신문을 비롯한 모든 학내 언론사들은 중앙대학교 홍보지가 아니다. 물론 신입생들이나 중앙대학교를 오고 싶어 하는 많은 예비 대학생, 학부모들에게는 좋은 홍보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대학 언론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소식들을 전하면서 그것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고, 부조리한 사실이나 소수자들의 힘없는 목소리를 비판적으로 접근해 다루는 것이 오히려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다. 비록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학도로서 언론의 기능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당연히 나는 '사실 전달과 비판적 기능' 이라고 말할 것이다. 언론의 비판적 기능은 굳이 언론학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모습 중 하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중대신문을 발행하기 위한 예산인 교비 역시 학생들의 등록금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발행되는 중대신문이라면 단연 총장이 아닌 학우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중대신문은 총장이 사재를 출현해 설립한 언론사가 아니다. 5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학생들을 대표하는 신문이 바로 중대신문이다. 설사 총장이 경영권을 가진 언론사라고 해도 총장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 일간지를 보더라도, 사주의 입김에 따라 논조가 좌지우지 되는 언론사치고 좋은 평가를 받는 신문은 거의 없다. (어디라고 말은 안 하겠다.) 최근 문제가 된 경향신문의 삼성 비판 사설 삭제 건만 보더라도 우리는 왜 사주나 경영진의 편집권 행사가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일선 기자들의 항의로 1면에 사과 기사를 게재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경향신문 사태는, 언론으로서의 본분, 기자로서의 자세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관련기사 보기, 미디어오늘)

자, 그렇다면 중대신문은 비판적 기능을 상실했는가? 아니다. 나는 아직까지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실도 아니다. 실제로 신문을 들춰보면 학교나 재단의 일방적 행정이나 학내 비민주주의에 대한 비판도 다뤄지고 있다. (물론 예전만큼 날카로운 비판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추측컨데, 발행인이 총장인 중대신문이 학교로 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벌어지는 일들, 예컨대 이번 호 1면 구성처럼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기사나 편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어떤 신문도 사주나 발행인의 신년 인터뷰를 새해 첫호 1면에 배치하는 신문은 없다. 게다가 학내 주요 사안을 둘러싸고 학생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총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룬다는 것은 형평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대변하는 학보사라면, 학생들의 의견과 주장을 더 적극적으로 다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지난 학기 중대신문 첫호(2009년 9월 1일자, 1689호) 1면을 다시 보자.

중대신문 2009년 9월 1일자, 1689호 1면 머리기사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새 학기 첫호 머리기사는 항상 총장의 인터뷰와 사진을 싣기로 굳게 마음이라도 먹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범훈 총장 개강특집 인터뷰 "본부는 원칙대로 할 뿐이다" (기사원문 보기) 라는 제목을 단 당시의 1면 머리기사는, 진중권 교수 해임건과 학생 징계를 둘러싼 학교 본부와 학생들의 대립이 격화되어 있던 시기의 기사로 보인다. 이 기사의 부제목들을 살펴보면,

'징계조치 학생들 반성해야 할 건 반성해야해'
'6명의 재임용탈락자는 배제하고 왜 진중권만 옹호하는가'


등으로, 관련 사태에 대한 총장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인터뷰 기사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총장의 의견이길 벗어나 마치 학생들을 향한 권위적인 훈계라고 느껴지는 이 부제목들은 이번호 중대신문 1면 머리기사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었다.

'이사장 중심의 학교운영 논란, 기우일 뿐'
'대학은 교육기관, 학생자치 교육적테두리 안에서만 허용돼야'


중대신문의 새학기 첫호 1면 기사들은, 단순히 학교의 어른인 총장의 인터뷰를 실은 것이 아니라, 방중에 벌어진 사태들에 대한 학교의 입장과 총장의 훈계를 다룬 것이다. 총장은 학생들에게 반성하고 자중할 것을 종용하고, 중대신문은 아무런 비판 없이 (좋게 말해 가감없이) 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면 중대신문은 언론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언론은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한 쪽만의 입장을 1면에 대서특필한 것부터 이미 '사실 전달'이라는 알리바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데자뷰?ㅋㅋ 혹은 일관성.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중대신문의 기자들이라면 분명 억울할 것이다. 내가 지금껏 겪어 왔던 중대신문의 기사들은 칼을 꺼내 들고 비판할 만큼 나쁜 것도 아니었고, 지금도 딱히 잘못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들은 다만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감내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의 칼날은 분명 교비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학내 언론 자유를 옥죄고 있는 학교 본부와 총장을 향해야 한다. 다만, 그런 당연한 비판에 앞서 중대신문 기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세상의 어떤 권리도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현실이 이러이러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항변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언론의 자유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는 숱한 선배 언론인들의 희생과 싸움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대학 언론도 다르지 않다. 분명 중대신문이 오늘날의 면모를 갖추기 까지 선배 기자들의 노고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어렵게 일궈낸 학내 언론의 자유가 다시 회수되고 있는 시기다. 나는 이것이 교체된 재단에 의한 것이라고도, 언론 자유를 발톱의 때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총장에 의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전에, 왜곡되고 부조리한 현실을 감내하며 각자의 책상만을 지키고 있는 기자들에게 분명 책임이 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가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명백히 기자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무언가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그것은 분명 기자들의 잘못이다. 설사 그것이 주어져 있지 않더라도, 그것을 위해 싸우고 비판의 칼날을 치켜드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나는 잘 모르겠다. 누구의 잘못인지. 오로지 중대신문 기자들 스스로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대신문 홈페이지(http://www.cauon.net)에 접속하면 뜨는 수습기자 모집 광고다.
중대신문 기자들이 밟고 올라서고자 하는 그 신문사들의 언론자유가 어떻게 얻어진 것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중앙대학교에서는 방학 동안 교지인 중앙문화와 녹지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등, 학내 언론에 대한 심대한 탄압이 가해졌다. 현재 중앙문화는 다음호 발간을 위한 1인 광고 모금을 힘겹게 진행중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듯 하다. 새학기 처음 학교를 들어서며, 관련 기사를 읽고자 중대신문을 펼쳐들었던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방중에 벌어진 아주 중요한 일에 대한, 그것도 언론탄압이라는 중대신문 기자들 스스로와도 밀접하게 연계된 사건에 대한 어떠한 기사도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내 언론의 자유라는 대의적 측면에서, 그리고 동업자의 입장에서라도 중대신문 기자들은 이 문제를 분명한 입장에서 다뤘어야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언론 탄압의 칼끝이 중대신문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쯤은 그들 스스로가 느꼈어야 했다. 중앙문화와 녹지의 외로운 싸움은,그들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대신문을 포함한 모든 학내 언론과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젊으니까._^

글을 쓰다보니 좀 심각해졌다. 이래서 요즘은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한다.  마지막으로 중대신문과 기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언론은 원칙대로 할 뿐이다"


언론과 기자의 원칙에 충실하시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시도 한편 덧붙입니다. 중대신문 화이팅!



바싹바싹 말라가는 마음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스스로가 물주는 것을 게을리하고서는

나날이 까다로워져 가는 것을
친구 탓으로 돌리지 마라
유연함을 잃은 것은 어느 쪽인가

초조함이 더해가는 것을
근친 탓으로 돌리지 마라
무얼 하든 서툴기만 했던 것은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초심이 사라져가는 것을
생활 탓으로 돌리지 마라
애초에 깨지기 쉬운 결심에 지나지 않았던가

잘못된 것 일체를
시대 탓으로 돌리지 마라
가까스로 빛을 발하는 존엄의 포기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
자신이 지켜라
바보같으니라고


- 이바라기 노리코





2010/03/08 03:50 2010/03/0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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