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id #54
categorized under 갑을고시원체류기 & written by elli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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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치미는 감정과 감각쯤이야 가볍게 물리쳐 줄만큼 무뎌지기도 혹은 이성적이라 할만한 날들이다
이다, 였다, 했다, 해야한다 와같은 단정하는 어미가 부담스럽다, 다만 양손의 중지만 한번쯤 퉁겨주면 될일인데
오른손 약지의 엄연한 역할로서 마침표는 역시 빈자리 혹은 쉼표가 대신함이 탁월하다
문장이 길어지지 못하고 표현이 단호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이 내린 결론이다
자신감이나 뚜렷함따위를 먹여살릴만큼 내세울만한 기억도, 지식도, 확고함도 없거니와
탁월한 단어의 선택과 논지의 전개를 이끌어낼만한 문력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복받치는 감정을 -다 로 단정짓지 않고
살갗에 오르는 감각을 그에 걸맞는 오롯한 말들로 늘어놓지 않음으로서
애써 나와 당신과 우리와 세상의 자리들은 그렇게 객관적인 물건이되어 들어차게 되었다
그리하야 감성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못한 그저 항시적 목적어로서 주체의 자리를 어떤 것에 양보하고
결국 아무것도 아닌 단지 무엇이었을 뿐이다
종결짓지 않은 어미와 몇번의 엔터가 실체인 여백의 페이지들은
그렇게 스스로와 세상을 구분짓지도, 연계하지도 못하고
그냥 우리는 회피와 그로 인한 안심의 방에 가두고 갖혀서 실실 잔웃음을 흘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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